계절의 순환은 지구가 존재하는 수십억년 동안 매년 되고 있으며 지구가 없어지는 날까지 계속 될 것입니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며 생기는 계절의 변화는 물론 밤하늘에 별이 보이는 풍경도 바뀌게 됩니다. 이번에는 천궁도 12성중에 10번째인 염소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포기한 슬픈 사랑의 별자리
목성은 요즘 저녁의 남쪽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입니다. 그리고 목성의 왼쪽에 있는 별은 토성입니다. 이번 주 천궁도 여행의 주인공인 염소자리는 목성과 토성의 왼쪽에서 길잡이로 만날 수 있습니다. 염소의 머리는 목성으로부터 토성 방향으로 같은 거리에 있고, 거기서부터 역삼각형 모양의 염소자리가 시작됩니다. 염소자리는 3, 4등급의 희미한 별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주변에 별이 많지 않아 그 모양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역삼각형의 염소자리는 상체는 염소, 하체는 바다염소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목동들의 수호신인 판이 거인의 공격을 받고 물속으로 도망친 것이 염소자리입니다. 목동들의 신인 판은 좋은 신이었지만 성질이 급한 것이 흠이었습니다. 판은 비상시에 변신하는 주문을 잘못 듣고, 잘못된 주문으로 인해 상체는 염소 하체는 물고기로 변신했습니다. 잘못된 주문을 바꾸려는 순간 멀리서 제우스가 위험에 처한 것을 본 판은 이상한 모습으로 풀피리를 불며 거인들을 유혹합니다. 판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제우스는 판의 모양을 하늘의 별자리로 만들어 감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는 판이 갈대로 만든 풀피리를 부는 슬픈 사랑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판은 산의 요정 시린스의 아름다움에 반하여 매일 그녀를 찾아가 사랑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남자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시린스는 그의 사랑을 거절했고, 결국 도망쳤습니다. 판은 그녀를 포기할 수 없었고, 도망가는 그녀를 계속 쫓아다니며 사랑을 구걸했습니다. 강가에서 달리 도망칠 곳이 없었던 시린스는 강요정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강요정은 그녀를 갈대로 만들었습니다. 강가의 갈대밭에 홀로 남겨진 판은 며칠 동안 그곳에서 울며 시린스를 불렀지만, 그녀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판은 시린스가 바뀐 갈대를 꺾어 풀피리를 만든 다음 풀피리를 불며 항상 그녀를 기억한다고 말했습니다. 가을 갈대밭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그녀를 기억하기 위해 판이 부르는 풀피리 소리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판 입장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픈 이야기지만 끈질긴 스토커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갈대로 변한 여인의 슬픈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태양이 머무는 가장 남쪽에 있는 염소자리
고대 그리스 시대에 태양이 머문 곳은 동지(태양이 천구의 최남단에 머문 날인 12월 21일경)의 염소자리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염소자리는 12궁도의 열 번째 별자리로 매년 12월 21일부터 1월 19일까지 태어난 사람들의 탄생자리가 되었습니다.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태양의 고도는 하지 무렵 하늘에서 적도 북쪽으로 약 23.5도 상승하다가 동지가 되면 남쪽으로 약 23.5도 하강합니다. 태양이 동지의 최남단까지 내려오는 지점을 남회귀선(Southern Regression Line)이라고 합니다. 남회귀선선에 염소자리의 이름이 쓰인 것은 동짓날 해가 염소자리에 있었기 때문입다. 북극에서 하늘의 위치는 지구의 세차운동 때문에 바뀌며, 태양의 남쪽 회귀선은 현재 염소자리에서 궁수자리로 건너갔지만, 남쪽 회귀선을 가리키는 용어는 여전히 '염소자리의 회귀선'으로 쓰입니다. 염소자리는 한국의 겨울을 상징하는 현무 별자리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를 처음 만든 고구려 시대에는 겨울에 태양이 머문 별자리가 염소자리였고, 당시 천문학자들은 추운 겨울을 지키는 현무 별자리를 만들었습다. 염소자리에서는 현무를 상징하는 한국의 28궁도 중 북방칠수의 두 번째인 우수가 속해있습니다. 소를 뜻하는 우수는 뱀의 몸의 일부이며 염소자리의 머리에 있는 6개의 별이 해당 됩니다.
견우가 속한 천상열차분야지도
우리은하를 사이에 두고 일 년에 한 번씩 가장 밝은 두 별이 칠석날에 만난다는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직녀는 거문고자리 머리 위에서 가장 밝은 별이고, 견우는 남쪽에 위치한 독수리자리에서도 최고의 별입니다. 사실, 여름 하늘의 천장 근처에서 견우와 직녀만큼 눈에 띄는 별은 없습니다. 물론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빛나는 두 별을 보면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는 이야기에 공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견우가 틀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현재 일부 교과서나 백과사전에서는 염소자리 견우가 진짜 견우이고 독수리자리 견우가 잘못된 견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유는 지도에 표시된 비단비 때문입니다. 이 이름을 근거로 고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독수리자리에 있는 견우가 일본에서 온 가짜 견우이고 염소자리의 견우가 진짜 견우라고 주장합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보다 아마추어 천문학자의 인구가 많지만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일본에 견우직녀 이야기와 천문도를 들려준 것이 한국이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석각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28수 중 하나인 우수의 중심별에 견우가 표기돼 있습다. 이 별은 염소자리의 베타별 다비흐 북두칠성보다 어두운 별입니다. 천상열차분지도와 28는 삼국시대부터 존재해 온 한국의 전통적인 별자리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당시 천문학자 몇 명만이 하늘 지도를 만들어 그 내용을 알고 있었고, 그들은 왕족에 버금가는 지위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신분사회였던 당시의 분위기에서는 목동 출신의 평민 견우가 직녀공주와 같은 밝은 별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녀에서 견우까지 조금 떨어진 평범한 밝은 별에 견우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결국 천문학자들은 28수 중 하나인 우수를 견우라고 불렀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전설 속 견우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견우의 독수리 속 견우를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여러분이 시골 하늘의 별 두 개를 찾는다면, 누구나 진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염소자리에서 데이비치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국에는 두 명의 견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귀족들이 알고 있던 천상열차분야지도 속 3등성 견우이고 일반인들이 알고 있던 독수리자리 속 1등성 견우입니다. 두 별 모두 역사 속의 견우와 한국의 견우입니다. 물론 독수리자리 속 견우가 왕의 아버지였던 신랑 견우이고 염소자리 속 견우가 옥황상제에게 쫓겨난 평민 견우라고 생각하면 두 별을 더 편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별자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로스의 화살자리와 사랑의 전령사 돌고래자리 (0) | 2022.11.07 |
---|---|
백조자리는 제우스의 빗나간 사랑을 의미한다 (0) | 2022.11.04 |
페가수스자리로 가을의 시작을 알아보자 (0) | 2022.11.03 |
행운을 주는 물병자리 (0) | 2022.11.01 |
여름철 밤하늘 가장 밝게 빛나는 전갈자리 (0) | 2022.10.31 |